게임업계, 이달 말 한·중·일 관광 장관회의 협의 주목

중국 최대게임쇼 차이나조이 <뉴스1>

[한국정책신문=길연경 기자] 지난 2016년 사드 배치 이후 한한령으로 한국 게임의 중국 게임 시장 진출이 수년 째 막힌 가운데 우리 정부가 중국 당국과 적극 협의에 나설 것으로 보여 귀추가 주목된다.

문화체육관광부 박양우 장관이 취임 이후 게임 산업 진흥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게임 업계에 따르면 문체부는 이달 말 있을 한·중·일 3개국 관광 장관회의에서 판호 관련 문제를 중국 측과 협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판호는 중국내 게임 유통허가권으로 해외 게임사에게는 ‘외자 판호’를, 중국 자국 게임사에게는 ‘내자 판호’를 발급한다. 이 허가권 없이는 중국 현지에서 유료 아이템 판매와 같은 수익 활동을 전혀 할 수 없다.

판호 총량제(게임 총량 규제) 및 삼진 아웃제와 게임 타이틀 외국어 사용 금지, 선혈(鮮血) 효과 삭제와 같은 새로운 규제 등 까다로운 심사와 더불어, 지난해 중국 내 판호 담당 부서가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으로 변경되는 동안 해외는 물론 중국 내 게임까지 발급 업무가 중단돼 한동안 자국산 신작 조차도 출시되지 못했다.

지난 4월부터 중국 정부가 외자 판호를 재개해 국내 게임 산업계의 기대감이 컸다. 그러나 미국, 일본 등 해외 IP(지식재산권) 판호는 개방했지만 여전히 한국 게임 판호는 내주지 않아 차별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이로 인해 사실상 약 37조원 규모로 추정되는 중국 게임 시장에 대해 국내 게임사들이 점점 기대감을 접고 있다. 

지난 2일~5일 상하이에서 열렸던 ‘차이나 조이 2019’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이번에는 한국공동관을 내지 않았고, B2C관에는 국내 게임사가 전무한 상태에서 삼성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만 부스를 열었다. B2B관에 라인게임즈와 카카오게임즈 단 두 곳만이 참여했다. 

B2C 중국 현지 퍼블리셔 부스를 통해 넥슨과 스마일게이트 등의 일부 게임이 전시됐지만 2000년대 출시된 기존 작품들 위주였다. 이와 달리 일본풍 게임(2차원 게임)과 일본 및 미국의 IP 및 관련 업체들이 대거 참가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공법이 아닌 우회 전략을 택하는 게임사들이 늘고 있다. 신작들인 웹젠의 뮤 IP와 네오위즈의 블레스 IP는 중국 개발사 게임으로 신청해 판호를  받았다. 위메이드도 지난해 말 중국 내 판호 발급이 재개된 이후 미르 IP 기반 신작 라이선스 게임을 내자판호로 10개가량 출시했다.

반면  넷이즈, 킹넷, 라인콩 등 중국의 주요 게임사들은 직접 한국에 모바일 게임을 출시하고 있다. 이전에 한국 퍼블리셔를 통해 신작을 출시했던 것과 달리 수익 배분율, 향상된 게임 기술력으로 직접 진출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4월 모바일 빅데이터 플랫폼인 아이지에이웍스가 발표한 ‘2017년 국내 중국 모바일 게임 성적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한 해 한국 구글플레이에 출시된 중국 모바일 게임 수는 전년대비 약 19% 증가한 136종으로 국내 외산 게임으로서 눈의 띄는 성적을 기록했다.

중국 게임업체들에게 있어 국내 시장은 매력적인 곳이다. 자국 내 판호 심사 강화로 신작 출시가 어려운 가운데 한국 모바일 시장은 날로 확장되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모바일 광고 플랫폼 민티그럴과 시장 조사 업체 뉴주가 지난달 31일 발표한 리포트에 따르면 한국의 모바일 게임 지출액은 약 3조7000억원으로 전세계 4위로 분석됐다.

우리 정부는 이와 관련해 현안 해결에 나섰다. 게임산업 주무처인 문화체육관광부는 지속적으로 중국에 관련 문제해결을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체부는 이달 말 인천에서 있을 한·중·일 3개국 관광 장관회의에서 판호 관련 문제를 중국 측에 협의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장관은 지난 달 8일 취임 100일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5월 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중독에 질병 코드를 부여하기로 한 것과 관련해 “국무조정실 중심의 민관 협의체에서 지혜롭게 풀어나갈 것”이라며 “2022년 1월 권고가 발효되기까지 도입 여부, 기준, 운영방식 등을 결정할 시간이 많이 남아있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게임산업 성장률은 연평균 9.8%로 10년간 경제성장률의 3배 이상이며, 지난해 64억달러에 이르는 수출로 무역수지 흑자의 8.8%를 차지하는 고성장·수출산업”이라며 게임산업을 재조명했다. 이어 “최근 성인에 대한 PC 온라인 게임 월 결제 한도를 폐지했으며 셧다운제 또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게임 산업 발전을 위해 노력하면서 올바른 게임 이용 문화가 자리잡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게임업계는 다소 회의적인 시각도 있지만 침체된 게임업계로 힘을 실어준다는 데에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게임업계에서도 중국과 상호 협력을 진행 중이다. 한국게임산업협회는 지난 2일 중국음상디지털출판협회 ’게임출판업무위원회’와 중국 상하이 현지에서 한·중 게임 저작권 산업 발전 및 게임분야 협력을 위한 '한·중 게임 저작권교류 협력약정'을 체결했다. 

이번 약정을 계기로 협회는 양국 게임관련 법률과 정책을 이해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관련 분야에서 협력을 추진할 계획이다. 또한 실질적인 산업 교류 기회를 만들기 위해 이번 협약을 지원한 한국저작권위원회와 함께 한·중 게임 저작권 협력 교류회를 공동으로 개최하는 등 실무 논의도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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