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정책①] 접대·청탁 추방에 긍정 신호…광범위한 대상·애매모호한 해석 등 부작용 여전

김영란법 시행 첫날인 28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인근 상가건물 음식점에 점심시간에도 불구하고 손님이 없어 한산한 모습을 보였으나 정부청사 구내식에는 직원들이 줄지어 배식을 기다리고 있다. <출처=포커스뉴스>

올해는 한국 사회의 접대문화, 청탁문화 등 부정·부패 관행을 근절하기 위해 추진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부정청탁금지법)', 일명 '김영란법'의 시행 전과 후로 나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9월 28일 시행된 부정청탁금지법의 영향으로 각종 모임에서 각자 계산하는 '더치페이' 문화가 확산되기 시작했고, 백화점 설 선물세트로 돼지고기 상품이 등장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포괄적이고 광범위한 대상, 애매모호한 해석 등으로 인한 부작용이 끊이지 않고 있어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 갖은 논란 끝에 시행된 '부정청탁금지법'

부정청탁금지법은 2012년 8월 16일 김영란 당시 국민권익위원장이 '벤츠 여검사 사건'으로 법조계 등 공직사회에 만연한 부정청탁과 뇌물수수 등의 관행을 척결해야 한다는 거센 여론에 따라 관련 법 제정을 발표하면서 도입됐다. 법안명도 제안한 사람의 이름을 딴 '김영란법'으로 불렸다.

부정청탁금지법은 2012년에 발의됐지만 국회에 제출된 것은 이듬해인 2013년 8월에서야 이뤄졌다. 흐지부지한 논의로 뭍히는가 싶더니 '관피아'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르면서 갖은 논란 끝에 2015년 3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후 1년 6개월간의 유예기간을 거친 뒤 2016년 9월에야 본격 시행됐다.

시행 과정에서 언론인와 사립학교 직원까지 공직자 범위에 들어가는 것이 타당한가, 배우자 신고의무 조항이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가, 법 조항이 모호한가, 예외조항이 죄형 법정주의에 위배되는가 등 '위헌' 논란도 있었지만 원안대로 추진됐다.

부정청탁금지법 적용 대상은 공직자, 시·도교육청 및 사립학교 교직원, 언론사 임직원, 국회의원 등으로 배우자도 적용 대상에 포함됐다.

이들은 직무 관련 여부 및 명목에 관계없이 동일인으로부터 1회에 100만원(연간 3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 등을 수수하는 경우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 100만원 이하 금품의 경우 직무와 관련이 없으면 제재하지 않지만 직무 관련성이 있다면 과태료(2~5배) 부과 대상이다.  

반면 직무 관련성이 있다고 해도 음식물·선물·경조사비는 각각 3만원, 5만원, 10만원까지 받을 수 있다. 또 공무원이 외부 강의 등을 하고 받을 수 있는 사례금의 시간당 상한액은 장관급 이상 50만원, 차관급 40만원, 4급 이상 30만원, 5급 이하 20만원이다. 사립학교 교직원 및 언론사 임직원은 시간당 100만원으로 규정했다.

◆ 변화 가져온 '부정청탁금지법'

부정청탁금지법은 공무원과 언론, 국회의원 등을 비롯해 거의 모든 국민들의 삶에 영향을 끼쳤고 접대 및 선물, 경조사 문화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우선 식사 저녁 미팅 대신 점심 미팅을 잡고, '더치페이'를 하거나 외부 식사보다는 구내식당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크게 늘어나는 등 불필요한 만남과 식사 자리가 눈에 띄게 줄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설문조사에 따르면 김영란법 시행 이후 식사 접대 횟수가 감소했다고 답한 응답자가 73.6%에 달했다. 또 직장인 1인당 1회 식사 접대 비용은 3만원 이상 비율이 24.9%로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내년 설은 부정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사실상 처음 맞는 명절로, 몇십만원씩 하던 백화점 선물세트에 돼지고기, 고등어 상품이 등장하는 등 유통업계는 5만원 이하의 선물세트를 선보이고 있다. 예약률이 저조해진 호텔·외식업계도 3만원 이하의 세트메뉴를 내놓았다.

그러나 유통업계와 호텔·외식업계는 매출이 줄었고 농수축산업, 화훼업계도 타격을 입는 등 어두운 이면도 생겨났다.

최근 한국행정연구원과 경제인문사회연구회가 전국 식품접객업·유통업·농수축산화훼 등 3개 업종 612명으로 대상으로 김영란법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43.6%가 김영란법 시행이 사업체 매출에 연관성이 '있다'고 답했다.

한편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국회 청문회와 특별검사팀 수사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애초 김영란법 제정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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