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 이슈③] 시대적 흐름인 '고3 투표법' 당리당략 해석으로 '불발'…"전향적 선거제도 개편 필요해"

정치권에서 불어온 개헌 바람의 중심에는 선거제도 개혁이 있다. 그 중 '선거연령 18세 하향'과 관련한 찬반 논란이 거세다. 특히 최근 야권에서 선거연령을 현행 만 19에서 만 18세로 낮추는 선거법 개정안을 내놓았지만 여권의 반대로 무산되면서 논란은 더 커질 전망이다.

지난 12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는 전체회의를 열고 선거연령 18세 하향을 골자로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처리하려고 했으나 법안 상정 문제를 놓고 여야가 충돌하며 전체회의에 상정도 되지 못한 채 끝내 파행했다.

지난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18세 선거권 보장 위한 국민대회'에 참석한 청소년 및 시민들이 18세 선거권 보장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출처=포커스뉴스>

◆ 여 "정개특위서 '선거 룰' 다루어야" Vs 야 "정치적 이해관계 떠나 참정권 확대"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소속 의원들은 법안소위에서 해당 법 개정안이 통과된 만큼 전체회의에 상정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새누리당과 바른정당은 '선거 룰'에 관한 사항은 여야 4당의 합의가 필요하다며 법안 상정을 반대했다.

안행위 여당 간사인 윤재옥 새누리당 의원은 "18세로 하향하는 것에 대한 당위성의 문제를 여기서 얘기하는 것은 아니고, 선거 연령이나 시간 등은 여야 4당의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며 "소위에서 통과가 됐다고 전체회의에서 의결하는 것은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황영철 바른정당 의원은 "개인적으로 18세까지 투표권을 주는 것은 시대적 요구라고 생각한다"면서도 "선거에 관한 룰을 이런 방식으로 통과시키면 유효성과 합리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좀 더 깊은 논의가 큰 틀에서 이뤄져야 하고 정치개혁특위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안행위 야당 간사인 박남춘 민주당 의원은 "18세 청소년에게 투표권을 주는 것은 선거에 관한 룰이 아니다. 룰이라고 하는 순간 이미 유·불리를 생각하는 것"이라며 즉각적인 법안 상정을 요구했다.

권은희 국민의당 의원도 "정상적으로 소위를 거치고, 그런 논의 끝에 의결을 했으면 전체회의에 당연히 상정하는 게 맞다"며 "정치적인 이해관계를 따지지 않고 참정권 확대라는 차원에서 논의를 해야 한다. 법안을 상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출처=포커스뉴스>

◆ 여당 "정치적 정체성 확립되지 못했다" 속내는?

야당이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는 선거연령 하향은 오래전부터 논의돼 왔으나 여당의 반대로 번번히 실패했다. 지난 19대 국회에서도 선거연령을 18세로 낮추는 선거법 개정안이 다수 발의됐으나 당시 새누리당의 반대로 안전행정위원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임기만료로 폐기된 바 있다.

야당은 과거에 비해 정치적 주체의식이 강화된 18세 연령이 병역·납세 등의 권리·의무를 부여받고 있으면서 유독 선거참여만 제한받는 것은 시민으로서의 책무를 부정하는 것이라는 논리를 펴고 있다.

지난해 8월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유권자의 참여를 확대하기 위해 선거권자의 연령을 현행 19세 이상에서 18세 이상으로 하향 조정하는 내용의 '정치관계법' 개정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현재 OECD 34개 회원국 중 우리나라만 선거권 연령하한이 만 19세이고, 세계 147개국의 선거연령은 만 18세이다. 만 19세 선거권연령을 규정한 국가는 전 세계에서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게다가 오스트리아, 브라질, 아르헨티나, 에콰도르, 쿠바 등은 선거권연령이 만 16세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만 18세는 현 민법상 '독자적으로 유효한 법률행위를 할 수 없는 자'로, '미성년자=행위무능력자'로 분류된다.

지난 2013년 헙법재판소에서 "청소년은 정치적 사회적 시각을 형성하는 과정에 있으며 현실적으로 부모나 교사 등 보호자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다. 물질적 정신적 측면에서도 보호자로부터 자유롭지 못해 자기 정체성이 확립되지 못한 상태다"라며 현 공직선거법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린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처럼 "만 18세는 선거할 수 있는 정치적 정체성이 확립되지 못했다"는 것이 여당이 주장하는 이유다. 

<출처=포커스뉴스>

◆ "국민 기본권 억압하는 과도한 선거운동 규제 완화해야"

하지만 속내는 다르다. 여당이 선거연령 하향을 줄곧 꺼리는 이유는 보수 정당의 젊은층 지지율이 상대적으로 낮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즉 선거에서 박빙을 겨루는 수도권의 경우 만 18세 선거 참여가 당락을 가르는 결정타가 되는 것을 우려한다는 얘기다.

일부 전문가들은 선거연령 하향과 더불어 과도한 선거운동 규제도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서복경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연구교수는 "선거제도 개혁은 촛불 이전과 이후가 굉장히 다르다"면서 "당장 국회가 걱정해야 할 것은 언론·표현·집회·결사의 자유를 마음껏 누렸던 유권자들이 대선 정국에서 사전선거운동 제한 등의 조치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촛불집회에 10대들이 쏟아져 나왔는데 조사결과 촛불집회 참가자 15%가 10대, 18세 미만 비선거권자였다. 현재 공직선거법상 18세 미만 시민들은 선거운동에 참여하는 것이 불법"이라며 "선거운동 기간 동안은 집회가 금지돼 있고 행진도 못하고, '이런 후보는 낙선돼야 한다'는 얘기도 모두 공직선거법에 걸린다. 지금 이런 금지조항들을 국회에서 정비하지 않으면 전국적 충돌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박근용 참여연대 공동사무처장도 "정치적 의사표현뿐만 아니라 선거에 직접 참여해 투표를 할 수 있는 국민의 범위, 또 정당가입과 선거운동을 할 수 있는 국민의 범위도 19세 이상으로 제한하고 있다"며 "해외의 사례와 추세 등을 감안하더라도 국민의 기본권을 억압하면서까지 정치참여를 제한하고 있는 이런 조항들을 서둘러 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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