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MBC

[한국정책신문=전화영 기자] MBC ‘휴먼다큐 사랑’의 올해 두 번째 이야기, 세월호에 탔던 조은화 학생과 허다윤 학생 어머니의 이야기를 담은 '두 엄마 이야기'가 시청자들을 찾아간다.

길었던 기다림의 끝이 보인다. 2017년 5월, 세월호에서 천 백일이 넘도록 돌아오지 못한 아홉 명의 사람들이 하나 둘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고 있다.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떠났던 단원고 2학년 조은화, 허다윤 양. 두 엄마에게 얼마 전, 애타게 기다렸던 딸의 소식이 들려왔다. 5월 12일 은화의 가방이 발견된 곳 근처에서 은화로 추정되는 유골이 발견됐다.

일주일 후 신원이 확인된 다윤이의 유골도 엄마 곁으로 돌아왔다. 자식을 앞세운 어미에게 남은 인생은 없다. 오로지 사랑하는 딸을 찾기 위해 견딘 시간. 엄마라서 포기할 수 없었던 그 3년의 기다림을 카메라에 담았다.

2014년 4월 16일. 그날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세월호 여객선이 바닷속으로 가라앉았다. 배에 탑승한 476명 중 172명만이 살아 돌아왔다. 그리고 7개월간의 실종자 수색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아홉 명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세월호를 타고 수학여행을 떠났던 은화와 다윤이. 두 엄마는 아이들이 떠난 통한의 바다를 마주한 채, 딸을 기다리며 그날 이후 세 번째 잔인한 봄을 맞이했다.

가라앉았던 세월호로부터 가장 가까운 항구인 진도 팽목항. 은화와 다윤이네 가족은 사고가 있던 날 내려와 이곳을 떠나지 못했다. 시간이 갈수록 사람들의 관심과 발길은 줄어들었지만 두 엄마는 차가운 세상에 맞서 계속 딸을 찾아야 했다.

눈물 많고 소녀 같은 다윤 엄마 옆엔 언제나 씩씩한 은화 엄마가 있다. 나란히 붙어있는 12제곱미터 임시 컨테이너에 머물렀던 두 엄마는 서로의 슬픔을 온전히 알아주는 유일한 존재. 3년이라는 긴 시간, 상처투성이 두 엄마는 그렇게 친구가 되었다.

춤과 노래를 좋아하는 애교 많은 막내딸 다윤이. 뇌종양을 앓고 있는 엄마를 대신해 집안일을 도맡아 하고, 어려운 형편 때문에 점점 학교에서 먼 곳으로 이사를 가도 불평 없이 늘 밝았다. 수학여행비 33만원이 집에 부담될까 가지 않으려던 다윤이를 엄마는 다독여 보냈고, 그렇게 떠난 아이를 다시는 볼 수 없었다.

아픈 오빠와 함께 크느라 일찍 철이 든 은화. 전교 1등으로 공부도 잘했고 한 번도 엄마 속을 썩인 적이 없다. 샤워할 때조차 엄마를 옆에 세워 두고 수다를 떨 정도로 친구 같았던 모녀 사이. ‘엄마 껌딱지’였던 은화를 찾기 위해 엄마는 점점 강해질 수밖에 없다.

2014년 11월, 7개월 만에 수중 수색이 중단됐다. 하지만 인양 소식은 해를 넘기도록 들리지 않았고... 세월호 참사는 사람들에게 점점 잊혀갔다.

두 엄마는 직접 만든 피켓을 들고 거리로 나섰다. 살을 에는 추위 속에서, 뜨거운 뙤약볕 아래에서 두 엄마는 외치고 또 외쳤다. ‘아직 세월호 안에 사람이 있다’고, ‘마지막 한 사람까지 가족 품으로 돌아오게 해 달라’고. 이야기를 들어주는 곳이라면 전국 어디라도 갔다. 딸을 위해서라면 뭐든 할 수 있었다.

바닷물을 다 퍼서라도 찾고 싶었다. 기다림은 끝을 몰랐다. 작년 여름 예정이었던 인양이 여섯 차례나 지연됐다. 그리고 올 봄, 간절한 엄마들의 바람이 하늘에 닿았던 것일까.

드디어 인양 시도 소식이 들려왔다. 두 엄마는 가까운 해역으로 나가 배 안에서 인양 과정을 지켜보며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그리고 2017년 3월 23일, 침몰 1,073일 만에 세월호가 세상 밖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의 국내 최초이자 유일한 휴먼 다큐멘터리 '두 엄마 이야기'에서는 생생한 사고 당일의 기억부터 온 국민이 함께 숨 졸이며 지켜본 세월호 인양의 순간, 그리고 긴 겨울을 보내고 마침내 엄마에게 돌아온 딸을 품에 안은 2017년 봄을 담았다.

사진 : MBC

한편 내레이션을 맡았던 하희라가 더빙을 진행하던 도중 허다윤 학생의 신원이 확인됐다는 뉴스도 들어왔다. 조은화 학생으로 추정되는 유골이 발견된 이후, 허다윤 학생의 신원도 확인되면서 두 엄마는 비로소 딸들을 다시 찾을 수 있게 됐다.

내레이션 진행 중 하희라에게 이 소식을 전하자 "'따뜻한 봄에 찾았으면 좋겠다'는 다윤 아빠의 이야기를 들으며 '얼른 다윤이를 찾았으면 좋겠다'고 (내레이션을 하며) 마음 속으로 빌었는데 다행이다"는 말과 함께 눈물을 흘렸다.

하희라는 인터뷰를 통해 "(내레이션 제안을) 수락하고 난 뒤 사실은 후회를 했다"며 "그 마음을 어떻게 표현할까, 잘 할 자신이 없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때로는 담담하게 또 때로는 슬픈 감정 그대로 두 아이를 기다리는 어머니의 마음을 고스란히 담아내며 내레이션을 마쳤다.

마지막으로 하희라는 "그리움은 남아 있으시겠지만, (유가족분들이) 이제는 행복해 지셨으면 좋겠다. 아이들도 그렇게 바라지 않을까 싶다. 그 모습이 많은 분들에게 큰 희망이 될 것 같다"는 소감을 남겼다.

어느 날 갑자기 들이닥친 비극 앞에 공기처럼 당연하다고 여겼던 평범한 일상이 깨져버린 가족들의 슬픔, 그러나 사랑하기 때문에, 엄마이기 때문에 포기하지 않고 차가운 세상에 맞서 싸운 두 엄마의 ‘사랑’이 <휴먼다큐 사랑>에서 22일 밤 11시 10분에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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