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의 장난, 갭투자 ]㊤내집마련의 꿈 무참히 짓밟아…보유세 높이고, 임대사업자 등록 의무화 절실

[한국정책신문=방형국 편집국장] ‘6·19 부동산대책’에서 주택 매매가와 전세가의 갭(차이·Gap)을 이용한 이른바 '갭투자'를 막기 위한 대책은 빠졌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나온 6·19 부동산대책의 규제 강도가 낮은 탓이다.

그렇다고 해서 문재인 정부가 갭투자를 놔두리라 생각하는 전문가는 아무도 없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갭투자는 반드시 규제하겠다고”고 밝힌 바와 같이 갭투자의 심각성을 걱정하는 사람은 한둘이 아니다.

“갭투자는 악마의 투기다.” 기자의 말이 아니다. 평생을 몸담은 언론계에서 정년퇴직 후 지금은 분당에서 부동산 중개업을 하시는 선배의 말이다.

아파트 매매 가격과 전세금의 차액을 지렛대 삼아 아파트를 사들이는 기법의 갭투자의 폐해는 한둘이 아니다. 예를 들면 한 가구 당 6억원 미만의 주택은 취득세와 각종 수수료 부담액이 대략 400만원 정도 든다. 2억원만 있으면 1억8000만원짜리 전세 입주자가 있는 매매가 2억원짜리 집 8채를 살 수 있다는 논리다. 다시 2년 뒤에는 기존 8가구의 전세 세입자로부터 2000만원씩 전세금을 올려 받은 뒤 갭투자로 아파트 6채를 더 구입한다. 그 2년 뒤 똑같은 방식으로 전세금을 올리게 되면 이번엔 10채를 더 살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회사의 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 전세가율(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이 높은 서울 성북·노원·도봉구 등에서 아파트 한 채가 통째로 갭투자로 활용되는 사례마저 나오는 실정이다. 투자금이 적게는 수백만원에 불과해 대학생마저 갭투자에 나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들어서는 갭투자 관련 업체와 사이트가 온·오프라인에서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다. 일부 몰지각한 중개업자들은 서울 도심권이나 강남에 ‘갭투자컨설팅’을 차리고 주부 대학생 회사원 등을 무작위로 모아 갭투자를 지도(?)하고 있다.

갭투자를 하는 투기꾼들은 때가 되면 전세금을 ‘악마처럼’ 무조건 올린다. 전세금을 올려야 집을 더 사 모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이 전세금을 올리면 높은 전세가율에 떠밀려 집값은 올라가기 마련이다. 이들의 ‘악마’와 같은 투기수법으로 전세값과 집값이 시장의 논리에 관계없이 올라간다.

박근혜 정부의 과도한 부동산시장 살리기 정책으로 분양시장이 살아나고, 거래가 활성화되기도 했지만 ‘악마의 투기꾼, 갭투자자들’로 인해 전세값이 무분별하게 오르고, 집값이 떠밀려 올라간 것도 사실이다.

갭투자는 악마의 장난이다. 그 피해가 고스란히 무주택 서민이나, 예비부부, 청년층 등 미래의 주택 수요자들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한 세대의 내집마련의 꿈을 무참히 짓밟아 버리는 짓이다. 산업화를 지나면서 수많은 투기행위가 있었지만 갭투자만큼 악랄하고, 잔혹한 투기는 없었다.

갭투자를 하는 ‘악마’들은 “집값이 오를 때 수익률이 높지만, 내릴 때 손실이 크다는 점에서 위험성이 높다”는 전문가들의 경고를 무시한다. 특히 집값과 전세 시세가 동반 하락할 경우가 ‘하우스푸어’의 양산은 물론 ‘깡통전세’가 쏟아져 나올 수 있어 문제의 심각성이 큼에도 전문가들의 이 같은 우려에 코웃음 칠 뿐이다.

‘악마의 철학’에 오염된 갭투자자들은 전세입자를 쥐어짜서 전세값을 올리고, 오른 전세금을 쌈짓돈 삼아 집을 계속해서 사 모으면 집값 하락도 막을 수 있다고 자신만만하다. ‘악마의 생각’이다.

집값이 크게 떨어졌을 때 이들이 ‘하우스푸어’로 전락하는 것은 사회가 책임질 일이 전혀 아니다. 이들로 인해 전재산이나 다름없는 전세 보증금을 한푼도 못받은 채 쫓겨날 ‘깡통전세입자’들이 걱정이다.

갭투자자들은 어제 축배를 들며 환호했을 것이다. 이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디선가 숨어 SNS를 통해 19일 발표된 정부의 6ㆍ19 부동산대책 발표를 서로에게 축하하고 있을 것이다. 그들이 그토록 고대하던 대책이 나왔기 때문이다.

담보인정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이 강화되면 전세시장이 더 불안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갭투자자들이 전세 보증금을 최대한 올려 투자금을 최소화하는 구조인 까닭에 정부가 강도 낮은 이번 대책으로 이들은 잘 하면 집을 더 긁어 모을 수 있게 됐다.

현재의 법과 제도 내에서는 갭투자를 일삼아 전셋값과 집값을 교란하는 악마들을 막을 방법이 없다. 보유세는 높이고, 거래세는 낮추는 방향으로 부동산 관련 세금체계를 대폭 손질해야 한다. 다주택자에 대한 보유세를 누진해서 높여야 한다. 

갭투자자들의 폐해가 얼마나 심각한지 항상 보수적인 입장을 견지하는 세제 전문가들이 먼저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강화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실정이다.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를 무턱대고 높였다가는 악마의 DNA를 가진 갭투자자들은 전세금을 높이려 들것이 불 보듯 뻔하기에 보유세 강화에 앞서 해야 할 것이다. 주택전산과 국민의료보험 전산망 및 국세청 전산망을 최대한 활용, 다주택자들에 대한 정확한 데이터를 정부가 확보해야 한다.

정확한 데이터가 필요한 것은 1세대 다주택자를 '임대사업자 등록'하도록 의무화하기 위해서다. 갭투자자들은 예외 없이 전세금을 지렛대로 활용해 주택투기를 일삼기 때문에 주택을 임대하려는 자는 의무적으로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도록 해야 한다.

그 대신 임대사업자의 소득세·법인세를 감면함으로써 민간 임대시장을 양성화하고 임대소득에 대해 적절한 과세를 매겨야 한다. 소득세와 법인세를 투명하게 과세하겠다는데 누가 반대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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