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폐지 요구 청와대 국민청원 21만명 넘겨…당국 "삼성증권 사태, 공매도와 관계 없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삼성증권 시스템 규제와 공매도 금지' 청원. <청와대 홈페이지>

[한국정책신문=김희주 기자] 지난 6일 발생한 삼성증권의 배당 착오 사고가 공매도 폐지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국내 주식시장에 '유령주식' 110조원의 주식이 풀리면서 무차입 공매도가 얼마든지 가능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공매도 금지 청원이 등장한 것.

1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삼성증권 시스템 규제와 공매도 금지' 청원이 지난 6일 올라온 이후 참여한 인원은 21만명을 훌쩍 뛰어넘었다. 청와대 청원 참여자가 한 달 안에 20만명을 넘으면 정부는 공식 답변을 내놔야 한다.

공매도란 특정 주식 종목의 주가가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는 투자자가 증권사 등에서 해당 종목의 주식을 빌려서 판 뒤 나중에 주가가 떨어지면 다시 사들여 주식을 갚는 식으로 차익을 남기는 투자기법이다.

그동안 개인투자자들에게 공매도는 '공공의 적', '기울어진 운동장' 등으로 불렸다. 공매도 세력에 의해 주가가 발목 잡혀 개인투자자들이 손실을 보는 사례가 잦아졌기 때문이다.

주가가 하락할수록 공매도 세력은 수익을 보는 구조를 가진 만큼 주가 하락의 원흉으로 꼽히기도 한다.

개인투자자들은 삼성증권 직원들이 실체가 없는 '유령주식'을 시장에 판 행위가 '무차입 공매도'가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라고 지적하며 공매도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의 공매도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이 삼성증권 사태가 촉매제가 된 셈이다.   

실제로 지난 6일 삼성증권 사태 이후 청와대에는 300건에 육박하는 공매도 관련 청원이 올라왔다. 대부분은 공매도 폐지에 대한 내용이다.

주식을 갖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주식을 파는 것을 '무차입 공매도'라고 부른다. 즉 '선(先)대여 후(後)매도'하는 방식으로 국내에서는 시장 교란 우려가 크다는 이유로 2008년 이후 금지됐다. 지금은 타인으로부터 주식을 빌린 뒤 매도하는 '차입 공매도'만 허용된다.

금융당국은 이번 삼성증권 사태가 공매도와 관계가 없다며 선을 그었다. 삼성증권 직원들이 자신의 계좌에 들어온 주식을 팔았기 때문에 '없는 주식'을 판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은 전날 증권사 대표들과의 긴급 간담회에서 "이번 사태는 공매도와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며 "공매도에 대한 개인투자자들의 문제 제기는 추후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같은 날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이번 사태의 원인을 공매도로 돌리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며 "공매도 제도의 효용성이 있기 때문에 무조건 폐지하자는 주장은 옳지 않다"고 말하며 공매도 폐지로의 확산을 경계했다.

하지만 정치권도 이번 사태로 공매도에 대해 논의하겠다는 의견을 내놨다.

국회 정무위 관계자는 "4월 임시국회가 개헌, 추경 이슈로 파행된 상황에서 각 위원회 일정이 언제 확정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하지만 공매도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있고 이슈가 커서 향후 관심 있게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20대 국회 들어 개인투자자를 보호하고 투명한 주식거래를 위해 공매도 제도를 개선하는 내용의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자본시장법)'이 4건 발의돼 있지만 별다른 논의 없이 국회 계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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