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회장, 조 자매 사퇴·전문경영인 체제 도입…"오너 리스크 여전"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 <뉴스1>

[한국정책신문=김희주 기자]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차녀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물컵 갑질' 이후 줄곧 하락세를 그려온 한진그룹 관련주들이 반등해 상승세다.

지난 2014년 '땅콩 회항' 논란을 일으킨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이후 4년 만에 또다시 '갑질' 논란이 붉어지면서 조양호 회장이 조현아·현민 두 자녀를 모든 직책에서 사퇴시키고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히면서다.

하지만 갑질 논란 외에 밀수·탈세 혐의로 한진그룹 일가에 대한 수사가 확대되고 있는 데다 조 회장이 부인 이명희씨로 추정되는 여성의 폭행 장면이 공개돼 파문이 일고 있는 등 주가 불안 요소는 여전하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진, 한진칼 등은 전일 대비 각각 1.39%, 4.29% 올랐다. 대한항공은 보합세로 장을 마쳤다. 한진그룹 상장사 4곳 중 진에어(-1.30%)만 소폭 하락했다.

전일에는 4곳 모두 상승 마감했다.

대한항공은 23일 전 거래일 대비 2.7% 오른 3만4250원에 거래를 마쳤다. 한진칼은 전 거래일 대비 6.57%나 올랐고 한진도 2.44% 상승했다. 진에어도 전일 대비 0.65% 오른 3만750원으로 장을 마쳤다.

앞서 조현민 전 전무가 광고대행사 직원에게 음료를 뿌리고 폭언을 했다는 의혹이 처음 보도된 지난 12일부터 경찰이 조 전 전무를 피의자로 입건하고 출국정지를 신청하는 등 정식 수사에 착수한 17일까지 4거래일 동안 한진그룹 관련주의 주가는 폭락했다.

이 기간 대한항공 주가가 6.13% 떨어졌고 시총은 3조1960억원으로 2080억원 줄었다. 같은 기간 진에어는 5.68% 하락하면서 시총 550원이 날아갔고 한진칼도 3.64% 하락해 시총 500억원이 증발했다. 

하지만 최근 주가가 다시 상승한 것은 조현아·현민 자매가 한진그룹 내 모든 직책에서 물러나기로 하면서다.

지난 22일 조 회장은 최근 '물컵 갑질' 논란을 빚은 차녀 조현민 전 전무와 2014년 '땅콩 회항' 사건으로 경영에서 물러났다가 지난달 복귀한 장녀 조현아 칼호텔네트워크 사장 등 두 딸을 모든 직책에서 즉시 사퇴시키고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전문경영인 부회장직을 신설, 석태수 한진칼 사장을 보임한다는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예상된 흐름이라는 반응이다. 조현아 전 부사장의 대한항공 '땅콩 회항' 논란 때를 보면 이번 갑질 논란은 단기 악재에 그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조현아 전 부사장이 항공보안법 위반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 된 2015년 1월 7일에는 전고점 대비 10% 이상 떨어진 3만8000원대까지 내려갔다가 다시 한 달 뒤인 같은 해 2월 6일에는 4만4000원대로 올랐다. 두 달가량 만에 전고점을 회복한 셈이다.

황현준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사건은 거버넌스 관련 이슈로 기업의 펀더멘털(기초체력)과는 관련이 없다고 봐야 한다"며 "투자심리에 부정적으로 반영될 수는 있지만 최근 주가 급락은 유가 상승 영향이 더 컸다고 본다"고 말했다. 

박성봉 하나금융투자 연구원도 "오너 리스크 이슈가 불거지면서 단기적으로는 대한항공의 주가 변동성 확대가 불가피할 것"이라면서도 "올해도 견조할 것으로 예상되는 내국인 출국 수요와 화물 수요가 실적개선을 견인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땅콩 회항' 논란 때와 달리 '물컵 갑질' 논란이 한진그룹 전체의 오너 리스크로 확대되고 있는 만큼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조 자매의 퇴진에도 갑질 논란과 더불어 밀수·탈세 혐의로 한진그룹 일가에 대한 압수수사가 진행된 데다 조 회장이 부인 이명희씨로 추정되는 여성의 폭행 장면이 공개되면서 주가를 불안하게 하는 악재는 여전하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한진그룹이 논란을 진화하기 위해 두 딸을 사퇴시키고 전문경영인 체제 도입이라는 선택을 했지만 오너 리스크는 여전한 상태"라며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주가가 크게 움직일 수 있는 만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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