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미분양 증가에 해외 리스크 여전…지역별 차이 주장에 의견 '분분'

하반기 국내 건설경기에 대한 업계 전문가의 전망이 엇갈리고 있는 한편 해외 건설경기는 이란 리스크가 여전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픽사베이 제공>

[한국정책신문=서기정 기자] 하반기 국내 건설경기에 대한 업계 전문가의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해외 건설경기는 이란 리스크가 여전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국내시장의 경우, 공급과잉으로 인한 부동산 시장 악화와 미분양이 증가할 것이라 예상이 나오는 반면, 공급과잉·미분양 문제는 일부 지역에 국한돼 전체 시장으로 확산하진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또, 주 52시간 근무시간단축은 공사비·공사기간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타격을 줄 것이란 예상이 나오는가 하면, 제도도입의 과도기일 뿐 경기에 큰 타격은 주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특히, 건설경기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되는 남북경제협력에 대해선 전문가들은 이른 시기 내에 사업을 착수해도 건설 산업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고 입을 모았다.

◆국내 주택시장…공급과잉 하락세 VS 지역별 차이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건설경기는 LTV(주택담보대출비율), DTV(총부채상환비율)가 낮아지면서 소극적인 투자가 이어지는 등 다양한 변수에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이와 관련, 이홍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경영금융연구실장은 “지난 몇 년간 공급과잉으로 주택시장은 역대 최고 피로감을 보이고 있다”며 “신규 분양시장도 점진적으로 여건이 나빠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실장은 이어 “지방 분양시장은 이미 미분양이 증가하고 있다”며 “하반기엔 경기도 외곽부터 타격을 받아 수도권도 내년부터 서서히 공급에 부담을 느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에 건설사들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빨리 분양을 끝내려고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태준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도 “이제까지 공급과잉으로 시장이 정점을 찍어 하반기엔 내리막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며 “주택부문 물량은 지난해 말부터 상반기까지 정점을 찍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지방은 부동산 경기에 상당히 회의적”이라며 “소비자도 소극적이고 투자 심리도 한풀 꺾인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의 강한 부동산 규제가 시장침제에 영향을 주는 것은 맞지만 절대적인 변수는 아니다”고 부연했다.

반면,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집값 폭락이나 부동산 시장 위기를 강조하는 것은 위험하다”며 “한 시기만 떼어 놓고 볼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경제 주기를 봐야하고, 전국을 묶어 진단하지 말고 지역별로 다르게 접근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 연구원은 “미분양이 발생하는 지역은 수요가 그만큼 따라가지 못한 것 뿐”이라며 “서울의 경우 공급과잉이 전혀 없으며 미분양이 있다면 크고 값비싼 아파트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해외 건설수주 개선 기대감, 관건은 변수

하반기 해외 건설시장은 유가 상승세를 유지하면서 대형 건설사들을 중심으로 대형 프로젝트 수주를 앞두고 있어 수주 실적은 개선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됐다.

다만, 여러 부정적 변수들이 상존해 있기 때문에 전체 수주액은 크게 늘지 않을 것이란 풀이도 나온다.

이용광 해외건설협회 사업관리실장은 “해외수주 특성 상 대형 프로젝트 수주 여부에 따라 실적 당락이 좌우되다보니 하반기에 예상되는 중동과 아랍에미리트(UAE) 발주로 실적기대를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전반적으로 국내외적인 여건이 좋지 않아 수주 경쟁력이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 실장은 부정적 변수로 △이란 체제 불안정을 비롯한 중동 리스크 △금리 상승 △주52시간제 실시로 인한 공사기간·공사비 증가 등을 꼽았다.

최근 미국의 대이란 제재 복원 조치와 관련한 한·미 정부 간 협의에서 우리 정부는 이란과 거래하는 한국 기업이 받을 영향력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미국 측에 협조를 요청한 바 있다.

하지만, 이 실장은 “조치가 완화돼도 바로 효과가 나타나긴 어려울 것”이라며 정부 노력이 실제 하반기 건설경기에 주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분석했다.

그러면서도 “상황이 이렇다보니 건설사들이 선별적·보수적으로 해외수주를 하고 있어 외형적 규모는 축소돼도 수익성 측면은 과거보다 질적으로 개선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남북경협 영향 미미

이러한 가운데, 오는 7월부터 시행하는 ‘주52시간제’가 건설경기에 미치는 영향을 두고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렸다.

김태준 연구원은 “주52시간제는 공사기간이 길어지면 공사비도 늘어나 혼란을 줄 수밖에 없다”며 “금융조달에 있어 이자율·이자기간이 증가되고 건설기계 임대기간, 자재 조달, 물가상승률 등에도 복합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용광 사업관리실장도 “해외수주사업에서 근무시간 단축으로 공사기간·공사비가 증가해 수주 경쟁력이 약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반면 이은형 책임연구원은 “주52시간제 자체가 건설업계에 타격을 주는 건 맞지만, 건설경기에 악화를 불러올 것으로 보진 않는다”며 “새로운 제도가 도입될 때 생기는 혼란 정도의 과도기를 겪고 곧 정착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책임연구원은 이어 “제도 기준이 명확해지면 하반기 적응기간을 지나 내년 발주할 사업부턴 문제가 없거나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업계 전문가들은 ‘남북경제협력’이 건설업계에 새로운 성장 기회로 기대되지만, 하반기 건설경기에 주는 영향은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홍일 실장은 “사업이 재개돼도 남북경협의 수혜를 받는 기업을 일부일 것”이라며 “당장 건설 산업 전체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김태준 연구원 역시 “과실을 취할 수 있는 기업은 많지 않다”며 “남북경협이 잘되면 장비·토목 업체까지 호재인 건 맞겠지만, 다수 업체가 수혜를 누리기 어렵고, 사업이 빠른 시기에 될 거란 것도 성급한 판단”이라고 분석했다.

이은형 연구원은 “적어도 올해엔 건설경기에 주는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이 연구원은 “북한도 건설기술이 있기 때문에 사업이 시작되면 북한 현지 하도급 형태가 되는 등 여러 가지 장벽이 있을 것”이라며 “남한 건설업체가 남북경협으로 큰 이득을 얻을 것이란 전망은 안일한 판단”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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