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대전사무소 소장, 대전 기반 '계룡그룹' 취업 시도

윤길호 계룡건설 부사장(왼쪽)이 지난 15일 국회 정무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공정거래위원회 국정감사에 일반증인으로 참석해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한국정책신문>

[한국정책신문=서기정 기자]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김상조)가 ‘퇴직자 재취업’과 관련 지난 10년간 단 1건도 예외없이 ‘취업 가능하다’는 의견서를 인사혁신처에 제출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취업 검토의견서가 형식적이란 지적이다.

특히, 최근 대표적인 사례로 양 모 대전지방공정거래사무소 소장(4급)이 계룡실업에 우회적으로 취업해, 계룡건설(대표 한승구, 이승찬)의 공정위 사건을 담당하려했단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5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공정위 국정감사에서 이와 관련 증인으로 윤길호 계룡건설 부사장을 소환해 질의했다. 하도급 등 공정위의 주요 업무를 경험한 양 모 대전사무소 소장이 지난 8월 대전을 지역기반으로 한 계룡건설의 자회사 계룡실업에 비상근 고문으로 재취업하려 했음에도, 공정위는 ‘취업가능’ 검토보고서를 작성해서다.

이날 계룡건설뿐 아니라 삼성물산, 현대건설, 포스코건설 등 대형건설사들도 공정위 퇴직자 재취업 사례로 거론되기도 했다.

공정위 퇴직자가 민간에 재취업하기 위해선 우선 퇴직자가 제출한 △취업제한여부확인요청서 △취업예정확인서와 함께 공정위가 △취업제한여부 확인요청에 대한 검토의견서를 작성해, 인사혁신처로 발송한다.

인사혁신처 취업심사과는 이 3가지 서류를 토대로 재취업 여부를 승인하며, 특히 공정위가 작성한 검토의견서가 재취업의 성패를 좌우한다. 검토의견서는 퇴직 전 담당했던 업무와 취업이 예정된 기관(기업) 간에 관련성이 있는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자료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유 의원은 “올 7월말까지 지난 10년간 재취업을 희망한 공정위 퇴직자 44명에 대해 공정위는 단 한건도 예외없이 100% ‘취업이 가능하다’고 작성했다”며 “공직자 재취업 제한기간과 조건을 엄격히 하도록 ‘공직자윤리법’이 개정됐지만, 여전히 공정위는 ‘취업 가능’ 의견서만 쓰고 인사혁신처는 그대로 심사를 진행 중”이라고 지적했다.

유 의원은 구체적 사례로 대전사무소장 출신이 대전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계룡그룹’에 재취업하려한 사례를 들며, 윤길호 계룡건설 부사장과 양 모 대전사무소 전 소장을 국감 증인으로 요청했다.

양 전 소장은 지난 6월 중순까지 대전사무소 소장을 지내다 8월1일 계룡건설의 자회사인 계룡실업에 비상근 고문으로 재취업하려 했다. 특히, 양 소장은 소장을 역임하기 앞서 서울사무소 건설하도급과(과장)과 카르텔조사국 카르텔총괄, 시장감시국 서비스업감시과 등에서 근무한 바 있다.

유 의원은 “(양 소장은) 퇴직 전 5년간의 경력을 봤을 때, 하도급위반을 포함 대전·충남 모든 공정위 사건을 담당했다”며 “충청도 소재 기업들은 모두 탐낼만한 경력”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유 의원은 “공교롭게도 계룡건설과 KR건설의 하도급 신고사건때 양 소장은 서울사무소 하도급과 과장을 지냈다”며 양 소장과 계룡건설과의 연관성에 의혹을 제기했다.

또, 계룡건설과 그 자회사인 KR건설은 지난 5년간 공정위와 서울·대전사무소에서 직권조사 14건·신고사건 6건이 다뤄졌고 일부는 현재도 진행 중이라며, 유 의원은 “양 소장이 계룡실업에 위장취업해 계룡건설의 공정위 업무를 다루려한 것이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양 소장이 취업하려한 계룡실업은 고속도로 휴게소 운영과 유통업을 하며 지금껏 공정위 사건이 없던 회사지만, 양 소장은 담당 예정업무로 “불공정거래행위의 사전예방을 위한 자문 및 임직원 교육 지원”이라고 적었단 점을 근거로 들었다.

하지만, 윤 부사장은 이 자리에서 “(양 소장과 계룡건설 간) 연관성이 없다”고 적극 반박했다. 그는 “계열사 계룡산업에 고위공직자 사전승인제도가 있고 그 절차를 거쳐 통과가 됐다. 하지만, 사회환경 상 채용불가하다고 판단해서 현재 채용 안한 상태다”고 해명했다.

이와 관련, 김상조 공정위 위원장은 “그런 의혹은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인사혁신처에서 계열사까진 검토하지 않는 것으로 안다. 저희가 8월 발표한 쇄신방안엔 공정위 차원에서 계열사까지 고려하겠단 내용이 포함됐다”며 개선노력을 약속했다.

한편 증인의 핵심인 양 전 소장은 이날 계룡실업 고문에 취업하지 못했으니 출석이 부적절하단 이유로 국감에 불참했다.

저작권자 © 굿모닝경제 - 경제인의 나라, 경제인의 아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