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자 재취업 두고 '사건브로커' 의혹 여전, 업계 하도급 갑질 솜방망이 처벌 지적

공정거래위원회가 대형건설사들의 하도급 관련 사건에 솜방망위 처분을 내리고 있단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공정위-대형건설사 간 유착관계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뉴스1>

[한국정책신문=서기정 기자]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김상조)가 대형건설사들의 하도급 관련 사건에 솜방망이 처분을 내리고 있단 문제가 제기된 가운데, 공정위 퇴직자들이 삼성물산·현대건설·포스코건설 등 대형건설사로 재취업한 사례가 있어 배경을 두고 다시 관심은 집중될 전망이다.

지난 15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공정위 국정감사에선 공정위 김상조호가 지난해 9월 쇄신방안으로 ‘직무관련자 사적접촉 금지’와 ‘위원면담과정 기록’ 2가지를 제시했지만, 유명무실한 방안이란 지적이 나왔다.

앞서 2012년엔 면담이 ‘원칙적 금지’였지만 ‘사적접촉 금지’로 바뀌면서 오히려 ‘공적접촉은 가능’하단 여지가 남겨진 데다, 기록이 제대로 남겨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1년간 녹화·녹음·속기된 ‘위원면담에 따른 개별면담’ 기록은 전무한 것으로 드러났다.

18일 정치권에 따르면 ‘개별면담’을 악용해 기업·로펌에 재취업한 퇴직자들이 사건처리를 위해 공정위 위원들을 만날 수 있는 환경에선 양자 간 만남 자체를 일절 금지시켜야 한단 주장이 나오고 있다.

공정위-대기업 간 깊은 유착관계는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공정위는 지난 7월 퇴직간부 불법취업 알선 혐의로 정재찬 전 공정위 위원장 등이 구속되는 등 논란을 겪고 있고, 지난해 삼성그룹 뇌물공여 국정농단 사건 중엔 공정위가 퇴직자에게 대기업 고문자리를 알선해 준단 사실이 폭로되기도 했다.

◆공정위 대형건설사 편들기? 갑질에도 ‘솜방망이’ 처분

국회 정무위의 공정위 국감에서도 공정위-대기업 간의 유착이 의심되는 사례가 다수 나왔다. 대형건설사의 경우, 하도급법을 위반해도 공정위는 솜방망이 처분에 그쳐 제재의 실효성이 없단 게 골자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의하면, 최근 5년간 하청업체가 용기 내 신고한 대형건설사의 보복행위(하도급법 제19조 위반)에 대해 공정위는 한 건도 고발하거나 과징금을 부과하지 않았다. 전체 신고 13건 중 9건은 심사절차를 종료했고, 4건은 무혐의로 마무리됐다.

신고된 대형건설사는 현대건설, 포스코건설, 대림산업, GS건설, 현대엔지니어링, 두산건설, 계룡건설 등이 포함돼 있었다.

공정위는 2016년 12월부터 하도급업체에 보복행위를 해 한 번이라도 고발되면 공공분야 입찰에 제한을 받는 일명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시행해 왔지만, 솜방망이 처분은 하도급법 실효성에 걸림돌이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또, 지상욱 바른미래당 의원은 공정위 서울사무소 하도급과가 ‘대형건설사 편들기’ 중심에 있다고 주장했다. GS건설·대림산업과 상습이용자인 현대건설·GS건설·롯데건설·HDC현대산업개발 등에 서울사무소가 하도급법 분쟁조정을 의뢰해 줬다는 지적이다.

법 위반자와 상습이용자는 규정(하도급거래 공정화 지침)상 조정의뢰가 금지되고 있지만, 이를 어겨 대형건설사가 벌점 등 제재를 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조정절차를 악용할 수 있단 풀이가 나온다.

◆공정위 퇴직자 대형건설사 고문으로…‘사건브로커’ 의혹

이런 유착관계서 결국 공정위 퇴직간부들이 대기업·로펌에 재취업하면 사건브로커로서 공정위 위원들을 만날 수 있다는 의혹이 다시 제기됐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 7월 공직자윤리법을 피하기 위해 재취업 기업과 업무 연관성이 없는 곳에서 퇴직자의 경력세탁을 해주고, 기업에 취업압박을 가했던 사실이 드러나 논란을 겪은 바 있다. 당시 압박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기업 중 삼성물산, 현대건설 등 대형 건설사도 포함돼 있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15일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공정위 국정감사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실제 윤길호 계룡건설 부사장은 이번 공정위 국감에 증인으로 출석해 공정위 퇴직자 재취업 논란에 대한 질의에 답해야 했다.

계룡건설과 GK건설 하도급 신고사건 당시 하도급과에 근무했고, 대전사무소 소장을 역임한 공정위 퇴직자 양모 소장이 계룡건설 계열사인 계룡실업에 고문으로 취업하려 했기 때문이다.

윤 부사장을 증인으로 요청한 유동수 의원의 보좌관은 “계룡건설의 경우 피해업체인 GK건설의 하도급 신고가 있었고, 정황상 양모 전 소장이 이 사건을 해결해 줬단 추정과 퇴직 후 공정위 사건이 하나도 없던 계룡실업에 위장 취업해 계룡건설의 공정위 사건을 해결하려 했단 추정이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유 의원실에서 공개한 자료엔 공정위 퇴직자 중 삼성물산, 현대건설, 포스코건설에 재취업한 사례가 포함돼 있다.

공정위 경쟁제한규제개혁작업단으로 2016년 4월 퇴직한 A씨는 그해 7월 삼성물산 고문으로 취업했다.

광주사무소장으로 2016년 9월 퇴직한 B씨는 포스코건설 자문역에 2016년 11월 재취업했다.

2015년 2월경쟁제한규제개혁작업단장(3급)으로 퇴직한 C씨는 현대건설에 상근자문역으로 같은 해 6월 취업했다.

이와 관련 유 의원 보좌관은 “이 건설사들은 검찰수사가 있지 않는 한, (의원실 수준에서) 퇴직자들이 해당 건설사 공정위 위반 사건을 해결해줬는지 파악할 수 없다”며 “다만, 현재도 공정위 퇴직자가 사건 담당자(위원)를 개별 면담할 수 있는 환경이 문제인데, 공정위가 만남을 투명하게 관리하겠다 했지만, 속기록이 남겨진 게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즉, 퇴직자들이 사건브로커로서 만나도 정확히 알 수가 없는 환경이라, 양자 간 만남 자체를 금지시켜야 한단 것이다.

유 의원은 “공정위는 위원 개별면담을 전면 금지하면 사건파악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하는데, 이미 사건과 관련해 각자의 주장을 피력하고 청취할 수 있는 ‘의견청취’와 ‘심판정’이란 공식 절차가 마련돼 있다”며 “굳이 별도의 위원면담절차에 따른 ‘개별면담’을 허용하는 건 재취업자의 ‘알선행위’를 인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유 의원은 “상임위원, 비상임위원은 재판으로 말하면 ‘판사’와 같은 역할인데, 공정위 출신 재취업자들을 대동한 피심인이 사건 관련 위원들을 만나는 것은 법원 퇴직자가 사건처리를 위해 담당 판사를 만나도 괜찮단 논리와 같다”고 강력히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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