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신라 8년간 포기 않고 밀어붙여…한진 '땅콩회항' 이후 사업 추동력 잃고 '부지 매각'

장충동 한옥호텔 조감도 <뉴스1>

[한국정책신문=한행우 기자]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공들인 ‘한옥호텔’ 사업이 추진 8년 만에 착공을 눈 앞에 두고 있다. 서울시 교통영향평가를 통과하면서 사업시행인가의 마지막 관문인 건축심의만을 남겨두고 있는 상태다. 

반면 한진그룹은 지난 13일 ‘7성급 한옥호텔’을 세우려던 ‘송현동 호텔 부지’를 결국 처분하겠다고 나서면서 명암이 갈렸다. 

22일 서울시와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호텔신라는 지난 18일 서울시 교통영향평가 심의를 조건부로 통과했다. 세 차례 도전 끝에 받아낸 승인이다. 

지난해 1월에는 문화재청의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7월에는 서울시 환경영향평가를 연이어 통과했고 교통영향평가의 문턱까지 넘으면서 이제 서울시 건축심의만을 남겨두고 있다. 

서울 중구 장충로 2가 202외 17필지에 지하 3층·지상 2층 높이 전통호텔 및 지하 4층·지상 2층 높이 면세점 등 부대시설을 건립하는 게 사업의 골자다. 2022~2023년경 완공이 목표다. 

처음부터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2011년 추진을 본격화한 이후 ‘4전5기’ 끝에 지난 2016년에야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의 승인을 받아 낼 수 있었다.  

서울시는 자연경관 훼손, 문화경관 보호 등을 이유로 반려·보류 등 수차례 퇴짜를 놨지만 그때마다 호텔신라 측은 지적사항을 모두 개선하며 사업 관철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보였다. 

이 과정에서 호텔신라는 호텔의 건축 규모를 당초 지상 4층에서 지상 2층으로 줄이기도 했다. 

호텔신라 측의 계획이 점차 현실화하면서 수년간 포기하지 않고 사업을 밀어붙인 이부진 사장의 ‘뚝심’이 업계 안팎에서 좋은 평가를 이끌어내고 있다. 

회사 측 관계자는 “사업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며 “대한민국 수도 서울에 전통호텔이 한군데도 없다. 한국을 느끼고 우리의 것을 보여줄 수 있는 숙박시설이라는 데 의미를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2008년부터 비슷한 ‘꿈’을 꿔왔던 한진그룹은 결국 빈손으로 물러나게 됐다. 

한진그룹은 지난 13일 ‘송현동 호텔 부지’를 연내 매각하겠다고 밝히며 한옥호텔 건립이라는 조양호 회장의 숙원을 공식적으로 내려놨다. 

한진그룹은 지난 2008년 2900억원을 들여 경복궁 옆 옛 주미대사관의 숙소부지인 이 곳을 사들였다. 이후 7성급 한옥형 특급호텔과 다목적 공연장, 갤러리 등을 포함한 복합문화단지 개발을 시도해왔다. 

하지만 인근에 학교가 있어서 호텔건립 허가가 오랫동안 나지 않았다. 한진은 학교 인근 호텔을 금지시설로 정한 ‘학교보건법’에 헌법소원까지 낼 정도로 사업에 애착을 보였다. 호텔 건립을 불허한 서울 중부교육청을 상대로 행정소송도 불사했지만 결국 패소했다. 

이곳 인근에는 풍문여고와 덕성여중·고가 위치해 있어 카지노 등 각종 유해시설을 우려한 시민사회와 주민들의 강력한 반대도 넘어야 할 산이었다. 

2014년 12월, 당시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이 ‘땅콩회항’ 사건으로 물의를 빚으면서 여론은 등을 돌렸다. 조 전 부사장이 사실상 한옥호텔 건립을 총괄해 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그의 구속 이후 사업은 추동력을 완전히 잃게 됐다. 

현재 이 ‘7성급 한옥 호텔’ 부지는 공터로 방치된 상태다. 경복궁을 비롯한 사적과 인접해 있어서 상업적 개발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쉽사리 새 주인이 나타나지 않을 거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한진그룹 측에 상당 기간 ‘애물단지’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재계 한 관계자는 “한진그룹은 ‘땅콩회항’ 이후 한 시도 조용하지 못했다. 총수 일가가 차례대로 법정을 드나들었다. 드러난 문제가 한두가지가 아니지 않냐”고 꼬집었다. 또 “지금까지도 조현아 전 부사장의 이혼소송으로 사생활이 만천하에 공개되는 등 시끄러운 상황인데 어떤 신사업을 시작했더라도 추진력이나 국민들의 공감을 얻기가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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