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신한금융그룹 본사 <뉴스1>

[한국정책신문=김하영 기자] ‘제4호 발행어음 사업자’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신한금융투자(대표 김병철)는 최근 유상증자를 통해 초대형 투자은행(IB)으로 진입할 수 있는 요건을 마련했지만, 초대형 IB 핵심 사업으로 꼽히는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기 위해서는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채용비리에 대한 사법처리가 먼저 가닥을 잡아야할 것으로 전망된다.

신한금융투자 대주주인 신한금융지주의 조용병 회장이 채용비리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어, 대주주 결격 사유에 해당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오기 때문이다.

앞서 신한금융지주는 지난 10일 정기 이사회를 열고 신한금융투자에 6600억원을 출자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증자로 신한금융투자는 자기자본 4조원을 넘게 돼 초대형 IB 종합금융투자사업자로 지정받을 수 있게 됐다. 지난해 말 기준 신한금융투자의 자기자본은 3조3600억원이다.

증권사들이 앞다퉈 몸집을 4조원 이상으로 키우고 있는 이유는 발행어음 사업 때문이다. 발행어음이란 초대형 IB 가운데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은 회사가 자체 신용을 기반으로 발행하는 어음을 의미한다. 자기자본의 최대 2배까지 자금을 조달할 수 있어 초대형 IB 사업의 핵심으로 꼽힌다. 

김병철 신한금융투자 대표도 지난 3월 취임식 후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연내 초대형 IB로 출범했으면 좋겠고 기대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문제는 단기금융업 인가 심사 과정에 대주주 적격성 요건이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 신한금융투자 대주주인 신한금융지주의 조 회장이 채용비리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만큼, 신한금융투자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조 회장은 지난 2015년부터 2016년까지 신한은행장으로 재직하며 외부청탁 지원자, 부서장 이상 자녀 30명의 점수를 조작하고 남녀 성비를 3대1로 맞추기 위해 101명의 점수를 조작한 혐의를 받고 있다.
 
최근 진행된 KB증권 단기금융업 인가 심의 과정에서는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에 대한 채용비리 수사가 자본시장법상 심사중단 사유에 해당하는지가 쟁점이 되기도 했다. 

앞서 지난해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KB국민은행지부는 채용비리 혐의와 관련해 불기소 처분을 받은 윤 회장에 대한 재수사를 요구하는 항고장을 검찰에 제출했지만 기각된 바 있으며, 재항고를 낸 상황이다. 

이에 대해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 8일 회의에서 “지난해 6월 검찰의 불기소 처분과 이에 불복한 항고에 대한 서울고등검찰청의 기각 등 상황을 고려해 심사중단 사유로 보지 않았다”며, KB증권의 단기금융업 인가안을 의결한 바 있다.

그러나 불기소 처분을 받은 윤 회장과 달리 조 회장은 불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법원 판단이 나오기 전까지는 신한금융투자의 단기금융업 인가가 미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NH투자증권도 김용환 NH농협금융지주 전 회장의 채용비리 청탁 혐의 등의 이유로 단기금융업 인가가 연기된 바 있다. NH농협금융지주는 NH투자증권의 지분 49.11%를 갖고 있는 최대주주다. 

삼성증권의 경우에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된 재판으로 단기금융업 인가 심사가 보류된 바 있다. 삼성증권 최대주주는 29.39% 지분을 갖고 있는 삼성생명이며,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생명 지분 0.06%를 보유하고 있다. 당시 금융당국은 이 부회장이 삼성증권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판단해 심사를 보류했다. 

한편, 현재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은 증권사는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등 3곳이다. KB증권은 지난 15일 금융위원회로부터 단기금융업 최종 인가를 받고, 금융투자협회 약관 심사를 마치는대로 오는 6월 초 발행어음 사업을 시작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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