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력사에 "일본산 소재부품 90일 이상 재고 확보" 긴급 요청

삼성전자 12Gb LPDDR5 D램 <삼성전자 제공>

[한국정책신문=길연경 기자] 삼성전자가 최근 협력사에 긴급 비상 대책으로 일본산 소재부품 전 품목의 90일치 이상의 재고 비축을 요청하는 한편, 세계 최초로 ‘12Gb(기가비트) LPDDR5(Low Power Double Data Rate 5) 모바일 D램’을 양산했다고 밝히는 등 적극 대응에 나서는 모양새다. 특히 일본 수출 규제로 반도체 생산에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글로벌 고객들에게 프리미엄 반도체 제품 양산에 문제가 없음을 부각시켰다.

최근 삼성전자가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 조치로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을 가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일본 출장을 마치고 귀국한 뒤 지난 13일 긴급사장단 회의를 열고 비상 상황에 대한 대비책 마련을 지시한 후 나온 첫 조치다. 

비상 대비책으로 삼성이 협력사들에게 공문을 보내 재고 확보에 필요한 비용과 향후 해당 물량 재고는 삼성이 모두 책임지는 조건으로, '일본산 소재부품 전 품목에 대한 90일치 이상의 재고 비축'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전 재고 확보 시한은 ‘이달 말까지, 늦어도 8월 15일 이전까지’로 못 박은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구매팀장 명의로 발송된 공문에는 “한국이 화이트 리스트에서 제외되면 일본 업체의 한국향 수출 품목별 개별 허가 대상이 확대될 가능성이 상당하다”며 삼성은 추가 비용이 들더라도 '재고 확보가 최우선인 상황'이라고 강조하고 모든 비용을 삼성이 부담하겠다고 덧붙였다.

삼성의 가장 큰 우려는 현재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도 문제가 되는 상황인데 스마트폰과 다른 완제품에 들어가는 전자부품·소재까지 규제가 확대돼 수입 및 완제품 생산에 차질을 빚게 되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이렇게 협력사에 긴급 재고 확보를 요청한 건 매우 이례적인 일로 그만큼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가 강화되고 확대될 것이라는 방증이다. 

실제 일본 정부는 이달 1일 첫 공표에 이어 지난 12일 한·일 양자 협의에서 한국을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에서 제외하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일본은 수출무역관리령 시행령을 개정해 오는 24일까지 의견 수렴을 거쳐 각의 결정 후 공포하고 이로부터 21일이 경과한 날로부터 우리나라를 백색국가에서 제외하겠다고 분명히 했다. 우리 정부는 8월 22일부터 백색국가 제외 조치가 단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나라가 백색국가에서 제외되면 현재 3개 품목인 불화수소, 포토레지스트, 불화폴리이미드라는 반도체 소재에서부터 첨단소재, 항법 장치, 센서 등 무려 1112개에 이르는 품목이 일본의 수출 규제 영향권에 들어가 삼성을 비롯해 전 산업계로 파장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삼성전자가 18일 전작 12GB(기가바이트) LPDDR4X 모바일 패키지 양산을 시작한지 5개월 만에 역대 최고 속도를 구현한 '12Gb LPDDR5 모바일 D램'을 세계 최초로 양산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이달 말부터 2세대 10나노급(1y) 12Gb 칩 8개를 탑재한 '12GB LPDDR5 모바일 D램' 패키지를 양산해 프리미엄 메모리 라인업을 대폭 강화, 차세대 플래그십 스마트폰 메모리 시장을 선점하여 고객들의 공급 확대 요구에 빠르게 대응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12Gb LPDDR5 모바일 D램'은 현재 하이엔드 스마트폰에 탑재된 기존 모바일 D램(LPDDR4X, 4,266Mb/s)보다 약 1.3배 빠른 5500Mb/s의 속도로 동작한다. 이 칩을 12GB 패키지로 구현했을 때 풀HD급 영화(3.7GB) 약 12편 용량인 44GB의 데이터를 1초 만에 처리할 수 있다. 또한 초고속 모드에서 저전력 동작 구현을 위해 새로운 회로 구조(clocking, training, low power feature)를 도입했고, 기존 제품대비 소비전력을 최대 30% 줄였다.

모바일 D램은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의 연산을 돕는 핵심 반도체로 모바일 기기의 두뇌로 불린다. 일각에서는 일본 정부가 '글로벌 D램 시장 점유율 75%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한국 반도체 기업(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핵심 기술 개발을 꺾으려 한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D램익스체인지 조사에서 올해 1분기 기준 전세계 D램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42.7% 점유율로 1위를 기록했다. 아마존과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미국의 대형 IT기업들이 삼성전자의 D램을 사용하고, 애플도 아이폰에 들어가는 모바일 D램을 삼성전자에서 구입한다.

또한 삼성전자의 ‘LPDDR5’ 양산은 D램 2~3위인 SK하이닉스와 미국 마이크론보다 앞섰다. 두 회사는 현재 삼성전자가 5개월 전 양산했던 ‘LPDDR4X 모바일 D램’을 양산 중이며, LPDDR5 제품은 내년 양산을 목표로 개발 중에 있다.

이정배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D램 개발실 부사장은 "현재 주력 공정인 2세대 10나노급(1y)을 기반으로 차세대 LPDDR5 D램의 안정적인 공급 체제를 구축하게 돼 글로벌 고객들이 플래그십 스마트폰을 적기에 출시하는데 기여하게 됐다"며 "향후 용량과 성능을 더욱 높인 16Gb LPDDR5 D램도 선행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은 일본의 수출규제가 강화되고는 있으나 '12Gb LPDDR5 모바일 D램' 제품 생산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최근 일본 출장을 다녀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반도체 소재 물량을 일부 확보했고, 3개월~6개월은 사용할 수 있는 재고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글로벌 고객들의 수요에 맞춰 내년부터는 평택캠퍼스 최신 라인에서 차세대 LPDDR5 모바일 D램 본격 양산 체제 구축도 검토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협력회사와 긴밀히 협조해 어려운 시기를 극복하고 차질 없이 공급망을 운영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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