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분기 연속 적자 끊고 흑자전환…업황 개선으로 호실적 이어갈 듯
IRA로 신규 고객 유치 가능성…"북미 진출할 것, 시기는 미정"
글로벌 전략 전문가 기타비상무이사 선임…시장 상황에 기민하게 대응

김철중 SK아이이테크놀로지 사장이 지난 26일 서울 종로구 서린동 SK서린빌딩 수펙스홀에서 개최된 'SK아이이테크놀로지 제5기 정기 주주총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SK이노베이션]

김철중 대표이사 체제로 1년을 보낸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가 한동안 계속된 적자에서 벗어나면서 새로운 도약에 나선다.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미국을 비롯한 북미 지역에 이차전지(배터리)용 분리막 생산공장을 구축해 고객사 다변화에 신경 쓰겠다는 계획이다. 70~80%에 달하는 SK온 납품 의존도를 낮춤으로써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 6분기 연속 적자 끊고 흑자전환…업황 개선으로 호실적 이어갈 듯

27일 업계에 따르면 SKIET는 김철중 사장이 대표이사로 선임된 지난해 3월 이후 1년 동안 실적 개선을 이루는 데 성공했다.

지난해 SKIET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6496억원, 320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2022년 대비 매출은 10.9% 늘었고, 영업이익은 843억원 늘어 흑자 전환했다.

SKIET는 2021년 4분기부터 지난해 1분기까지 6개 분기 연속 적자를 냈으나 지난해 2분기부터 흑자로 돌아섰고, 올해도 업황 회복과 함께 흑자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SKIET의 연간 영업이익이 올해 643억원, 내년 1793억원, 2026년 1868억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SKIET가 긴 시간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한 이유는 폴란드 등 신규 공장의 가동률이 낮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분리막 공정은 가동을 위한 고정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일정 수준 이상을 생산해야 수익성이 보장되는 구조다.

2021년 하반기부터 반도체 수급난에 따른 유럽 전기차 업체들의 출고 지연 현상이 발생했고, 주요 고객사인 SK온의 배터리 물량 소화도 힘들어지면서 SKIET 생산시설의 가동률이 떨어졌다. 아울러 이듬해 발발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유럽 전역의 에너지 가격이 폭등해 고정비 부담마저 커졌다.

다만 작년부터 업황이 개선됐고, 신규 수주도 발생해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SKIET는 지난해 6월 북미를 비롯한 해외 지역을 대상으로 2030년까지 배터리용 분리막을 7년간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7월에도 SK온과 2027년까지 분리막을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현재 SKIET는 국내와 중국, 폴란드 등에 생산라인을 보유하고 있는데, 국내 증평·청주 공장은 SKIET의 모태 사업장 역할을 한다. 중국의 경우 2020년 11월 1공장 가동 이후 작년 1월 3공장 증설까지 모두 완료했으며, 폴란드 공장은 1공장 가동에 집중하고 있다. 당초 지난해 말 2공장 가동이 예정됐지만 전방 시장 상황을 고려해 계획을 올해 상반기로 변경했고, 이후 3·4공장 가동 시점을 조율할 예정이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 직원이 리튬이온 배터리 분리막(LiBS) 생산 공정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SK이노베이션]
SK아이이테크놀로지 직원이 리튬이온 배터리 분리막(LiBS) 생산 공정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SK이노베이션]

◇ IRA로 신규 고객 유치 가능성…"북미 진출할 것, 시기는 미정"

SKIET는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미국을 비롯한 북미 지역에 생산시설을 추가로 구축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다만 매우 큰 비용이 들기 때문에, 일단 시장 상황을 지켜본다는 방침이다.

미국 재무부가 지난해 12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세부 지침으로 발표한 해외우려집단(FEOC)에 중국 기업들이 포함된 것은 SKIET에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김 사장은 “중국 기업들이 사실상 IRA 보조금을 받을 수 없게 되자 비중국 기업들로 배터리 소재 공급망이 다각화되고 있다”며 ”빠른 시일 내에 의사결정을 마치고 성장 잠재력이 높은 북미 시장에서 수익성 확보에 나설 것”이라며 북미 시장 진출 계획을 재차 확인했다.

김 사장은 다만 “북미에 캐팩스(투자비용)가 많이 들어가는 데, 어떻게 하면 이를 줄일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며 “북미 진출이 좋은 기회이기 때문에 그 기회를 잡으려는 노력은 해야 되지만, 시기에 있어서는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또 “의사결정을 한다면 미국 대선 이후가 되지 않을까 싶다”면서도 “고객들이 사실 수요를 조금 더 구체화해 주고 시점을 조금 더 명확하게 해줘야 한다. 관련 제품 개발이나 공급 협의는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SKIET가 이처럼 북미 진출을 준비하고 있는 것은 SK온에 쏠린 납품 비중을 줄이고 고객사를 다변화하려는 의지로 해석된다.

SKIET는 아직 전체 매출에서 SK온이 차지하는 비율이 70~80%에 달해 추가 성장을 위해서는 신규 고객사를 확보해야 하는 과제가 남았다.

지난 2월 콘퍼런스콜에서 SKIET는 “IRA와 관련해 신규 메이저 OEM(완성차 업체)과 협의 중이나, 4M(인력·설비·소재·작업방법) 이슈로 상당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시장에서도 이런 분위기를 감지하고 있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SKIET는 기존 고객사들 외에 다양한 업체들과 분리막 공급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완성차 업체들도 전기차 판매에 고전하면서 신규 수주 확보가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에 따라 SKIET의 분리막 중장기 생산능력 증대 계획에도 변화가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정 연구원은 “현재 증설 중인 폴란드 공장 가동 시점은 2공장이 작년 1분기에서 올해 2분기로, 폴란드 3공장과 4공장, 북미 공장은 올해 이후일 것으로 전망돼, 대부분 당초 예상보다 1~2년가량 지연되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SKIET가 최근 주주총회에서 류진숙 SK이노베이션 부사장을 기타비상무이사에 선임하기로 한 것 역시 이런 시장 상황에 보다 기민하게 대응하기 위한 취지로 풀이된다.

류진숙 부사장은 SK온에서 글로벌 전략을 담당했던 인사로, 최근에는 SK이노베이션으로 이동한 뒤 SK㈜의 그린 태스크포스(TF) 리더를 맡아 그룹의 친환경 사업 합리화에 나서고 있다. 류 부사장은 SKIET의 북미 시장 진출 전략 수립 과정 등에도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SKIET 관계자는 “고객 포트폴리오 다변화 전략 아래 신규 고객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며 “사업 성과를 창출해 SKIET 기업가치 제고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굿모닝경제 이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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