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취임으로 전 세계 불확실성 심화…공약대로 '트럼프노믹스' 추진하면 세계경제 혼란 불 보듯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20일, 현지시간)을 하루 앞두고 전 세계가 긴장하고 있다.

전임 오바마 대통령과는 전혀 다른 스타일인데다 앞날을 예측할 수 없는 '통제불능' '즉흥적' 이란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예측불능'이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위대한 미국'을 다시 건설하겠다고 공언했다. 여기에는 '미국의 에너지 자립'과 TPP를 비롯한 FTA 재검토, 해외로 공장을 옮긴 미국 기업에 대한 압력, 세계 질서의 재편 등 파급효가 큰 정책들이 대부분 포함된다.

<출처=게티이미지/포커스뉴스>

◆ '트럼프노믹스' 구체화에 전 세계 긴장

트럼트 취임으로 가장 먼저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부문이 경제부문이다. 

대통령 유세 당시나 당선인 신분으로 '미국 제일주의'를 내세우며 강한 미국을 다시 만들겠다는 슬로건에서 볼 수 있듯 '보호무역주의'와 '재정 확대'를 주축으로 한 '트럼프노믹스'가 어떤 모습으로 구체화될지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가장 먼저 세계금융이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12월 14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기준금리를 0.25% 인상하면서 "미국의 고용지표가 좋아지고 있으며, 내수경기가 진작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2017년에는 세 차례 정도 더 인상할 것"이라고 밝혔다.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주요 강대국들이 펼쳐왔던 '통화 양적팽창' 정책의 끝을 선언한 것으로 풀이되면서 전 세계가 이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하느라 분주하다.

또한 트럼프가 당선인 신분으로 16일(현지 시간) 미국 언론 인터뷰에서 "달러화가 너무 강하다"고 한마디 하자 이튿날 주요 6개국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지수가 1.23% 하락하는 등 국제통화 시장이 즉각적인 반응을 보였다.

트럼프 시대의 개막은 가뜩이나 허약한 세계경제가 새로운 위협에 맞닥뜨림을 의미한다. '미국 우선주의'를 공약으로 내걸어 당선된 트럼프는 취임 초부터 속도감 있게 트럼프노믹스를 밀고나갈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노믹스의 피해를 가장 먼저 그리고 확실하게 실감할 것으로 예상되는 국가는 멕시코다. 트럼프는 유세에서 그의 두터운 지지층인 '러스트벨트(쇠락한 중서·북부 공업지역)' 지역 노동자 계층 유권자들에게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 혹은 탈퇴 △일부 멕시코 산 제품에 35% 관세 부과 등을 공언했다.

트럼프는 또 1100만명으로 추산되는 미국 내 불법 이민자들을 색출해 본국으로 돌려보냈겠다고 말했다. 이은 1100만명 가운데 약 500만명이 멕시코 사람이다. 만약 이런 공약들이 실제로 이행되면 멕시코 경제는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된다.

<출처=포커스뉴스>

◆ '셰일 에너지' 산업화로 OPEC 지배력 약화 가능성 높아

트럼프는 달러 가치를 떨어뜨리지 않으면서 '에너지 독립'을 꾀할 예정이다. 내각 구성을 보면 국무장관은 렉스 틸러슨 엑슨모빌 CEO이다.

그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이들의 역학 구도에 정통하고 석유산업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 인물로 평가된다.

또 내무장관으로 발탁된 라이언 징크 몬타나주 하원의원은 2008년 정계에 입문할 때부터 '셰일 에너지'와 신재생 에너지 개발을 주장해 왔다.

이들의 입각으로 현지 언론은 벌써부터 석유를 대체할 수 있는 '셰일 에너지' 산업의 구조조정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갖춘 에너지 업체들의 등장을 예측하고 있다. 

특히 2015년 미국 정부가 '석유수출금지법'을 개정해 미국산 석유 및 천연가스 수출을 허용해 국제 원유시장의 판도 변화를 예고했다.

트럼프의 구상대로 현재보다 싼 '셰일 에너지'를 생산하면 하면서 그동안 국제원유를 주도했던 OPEC의 시장 지배력이 상당히 약화되는 동시에 '미국의 에너지 자립'이 가시화될 전망이다.

<출처=apple홈페이지>

◆ 미국내 공장 설립 으름장에 글로벌 기업 '속수무책'…삼성 LG 등도 '전전긍긍'

트럼프는 일자리 창출과 이익을 위해 미국 기업은 물론 글로벌 기업들의 생산기지를 미국내 유치를 요구하고 있다.

그는 공식 취임도 하기 전에 멕시코에 생산 기지를 두고 있는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을 향해 강경 발언을 했다.

"미국에서 자동차를 팔려면 미국에서 생산하라. 그렇지 않으면 국경을 넘을 때 고율의 관세를 매기겠다."

이런 트럼프의 협박에 포드와 제너럴모터스 등 미국 제조업체는 물론 피아트, 크라이슬러, 도요타 등도 무릎을 꿇었다. 국내 기업인 현대·기아차도 여기에 포함됐다.

다른 산업도 마찬가지다. 세계 스마트폰을 주도하고 있는 아이폰은 그동안 폭스콘을 통해 중국 선전에 새 공장 건설을 계획했으나 현재 미국 내 건설을 검토 중인 것으로 외신을 전하고 있다.

삼성과 LG 역시 고민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두 회사는 트럼프의 관세 위협에 미국에 가전공장 건설을 검토한다는 입장을 내놨지만 원론적인 수준의 답변이라는 입장이다. 35%의 징벌적 관세보다 멕시코의 인건비가 훨씬 경제적이기 때문이다.

미국을 방문한 시진핑 중국 주석. <출처=게티이미지/포커스뉴스>

◆ 중국과 미국의 '무역전쟁' 시 한국 엄청난 피해 불보듯 

중국은 트럼프가 집권하면 손보겠다고 지목해서 밝힌 나라다. 트럼프는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고 △여러 무역 관련 사안을 세계무역기구에 제소하며 △중국산 수입품에 45% 관세를 매기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시진핑 중국주석은 최근 다보스포럼에서 중국이 자유무역을 적극 옹호하겠다는 발언으로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를 간접 비판했다. 엄청난 무역흑자를 활용해 매입한 방대한 미국 국채를 유사시 미국을 상대할 무기로 보유하고 있는 중국과 중국 때문에 미국인 일자리가 줄어들었다고 보는 트럼프 시대의 미국이 만약 무역전쟁에 돌입하면 한국은 엄청난 피해를 볼 수 있다.

여타 아시아 지역도 트럼프노믹스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않다. 바락 오바마 전임 대통령은 중국의 부상(浮上)을 경제 차원에서 견제하기 위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제안하고  이를 통해 일본, 브루나이, 싱가포르, 말레이시아를 중국의 영향권에서 분리하려 했다. 

그러나 트럼프는 당선인 시절 "TPP는 미국인 노동자들에게 재앙이 될 것"이라며 "임기 첫날 탈퇴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의 TPP 탈퇴 구상이 바뀌지 않으면 한국과 대만까지 덩달아 미국 보호무역주의에 구속 받을 수 있다.

<출처=게티이미지/포커스뉴스>

◆ 포퓰리즘 앞세운 '유럽판 트럼프' 등장할까

국제정치에 포퓰리즘을 확산시킨 트럼프의 대통령 취임은 최근 '하드 브렉시트(유럽연합(EU)의 공동시장에조차 잔류함이 없이 깔끔하게 유럽연합과 작별하는 것)'를 선언한 영국의 고립주의와 상승작용을 일으켜 유럽의 미래를 더 크게 흔들 전망이다. 

만약 영국에 이어 다른 유럽 국가들까지 EU에서 나가겠다고 나서면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체제가 붕괴될 수 있다. 당장 EU 탈퇴 가능성이 가장 높은 나라는 경제난이 심각한 이탈리아다. 올해 4월 프랑스 대선과 10월 독일 총선 등 유럽에서 굵직한 투표가 예정된 가운데 '유럽판 트럼프'들이 득세하고 있는 것도 향후 유럽의 정세를 불확실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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